LG 로보킹 리뷰: 기대와 현실의 괴리
LG가 자사 최초의 로봇청소기 ‘로보킹’을 출시했을 때, 그 기대감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동안 LG가 가전 시장에서 보여줬던 혁신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LG의 로봇청소기가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제품을 테스트 해봤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이 제품이 제공하는 장단점을 명확하게 짚어보겠습니다.
흡입력 테스트: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능
로봇청소기의 기본 성능이라 할 수 있는 흡입력은 LG 로보킹의 핵심 스펙 중 하나로 광고되었습니다. LG는 10,000 파스칼의 흡입력을 자랑하며, 이는 경쟁 모델인 삼성과 비교했을 때 50%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흡입력 테스트 결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카페트 위에 100g의 설탕을 뿌리고 최대 흡입력으로 청소를 진행한 후 잔여 설탕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LG 로보킹은 24g의 설탕을 남겨 76%의 흡입 효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삼성보다 2% 낮은 수치이며, 가성비로 평가되는 다른 중국산 제품보다도 뒤처지는 결과였습니다.
흡입력이 더 높은 LG가 더 많은 잔여량을 남겼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원인은 메인 브러시에 있었습니다. 기본 브러시 대신 ‘머리카락 엉킴 방지 브러시’로 교체한 후 다시 테스트를 진행하자 흡입력은 87%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LG의 흡입력 스펙에 걸맞은 결과였지만, 왜 엉킴 방지 브러시가 기본 브러시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이 점은 LG가 제품의 설계 및 기본 장착 부품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머리카락 엉킴 테스트: 엉킴 방지 브러시의 역할
로봇청소기에서 머리카락 엉킴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LG는 엉킴 방지 브러시를 별도로 제공하며, 그 효과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실제 테스트에서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2g의 자연모를 골고루 뿌려 엉킴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LG 로보킹은 청소를 마치긴 했지만, 여전히 엉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삼성과 비교했을 때 엉킴이 적고 회전 브러시에 머리카락이 덜 엉켰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엉킴 방지 브러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지만, 타사 제품 대비 엉킴 방지 성능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LG가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차별화된 엉킴 방지 기술을 개발한다면, 이는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걸레 테스트: 예상보다 아쉬운 결과
로봇청소기에서 물걸레 기능은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먼지뿐만 아니라 바닥의 오염물을 제거하는 데 있어 물걸레의 성능은 필수적입니다. LG 로보킹의 물걸레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딸기잼과 땅콩잼을 바닥에 뿌리고 강도 1, 2단계로 청소를 진행했습니다. 딸기잼의 경우 무난하게 닦였지만, 땅콩잼은 길게 자국이 남았습니다. 이는 삼성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흔적을 남긴 결과였고, 세척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4시간 말린 믹스 커피 자국으로 3단계 물걸레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LG 로보킹은 상위권 제품들과 비교해 잔여량이 꽤 많이 남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주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위권 제품들은 물걸레 청소 시 오염물과의 접촉 시간을 늘리기 위해 청소 동선을 조정하는 옵션을 제공하지만, LG는 이러한 옵션이 부재하였습니다. 이는 물걸레 성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는 요소로,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물 회피 성능: 탑티어 대비 아쉬운 결과
로봇청소기의 장애물 회피 성능은 제품의 전체적인 사용 편의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LG 로보킹은 전면에 카메라 센서를 두 개 탑재해 전선이나 작은 물체를 잘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실제 테스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굵은 전선과 핸드폰 충전선은 무리 없이 회피했으나, 레플리카나 양말과 같은 장애물에서는 접근 거리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건드린 후에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높이 2cm 수준의 작은 장난감이나 얇은 노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으며, 초기 접근 거리 조절 실패로 인해 건드린 후 회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회피 능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알고리즘의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백워킹 빈도가 높은 것은 청소 시간을 늘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고, 이는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문턱 돌파 성능: 한국형 가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국 가정 환경에서 로봇청소기의 문턱 돌파 성능은 중요한 스펙 중 하나입니다. LG 로보킹은 스펙상 2cm 문턱을 돌파할 수 있다고 광고했지만, 실제 테스트에서는 17mm 이상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는 경쟁사 제품과 비교했을 때 다소 부족한 수치로, 한국의 가정 환경에서 자주 사용하는 두꺼운 매트나 높은 문턱을 고려할 때 LG가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스테이션 테스트: 청소 스테이션의 성능 한계
로봇청소기의 스테이션은 자동으로 물걸레를 세척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LG 로보킹의 스테이션은 간장을 걸레에 뿌린 후 세척 결과를 확인해본 결과, 잔여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흔적은 삼성 제품보다는 적었으나, 중국의 상위권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는 확연히 부족한 세척력이었습니다.
세척 후 걸레를 짜내 물의 탁도를 확인한 결과, 중국 제품에 비해 탁도가 더 높았으며, 이는 세척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LG 로보킹은 온수 기능이 없었는데, 이는 최근 로봇청소기의 트렌드에서 뒤처진 부분입니다. 온수로 걸레를 세척할 경우 세척력이 크게 향상되기 때문에, LG가 이 부분에서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가격과 AS: 가격 대비 아쉬운 성능
LG 로보킹은 약 199만 원의 가격대로 출시되었습니다. 이는 경쟁사 제품 대비 20만 원 이상 비싼 가격으로, 성능 대비 비싼 가격 책정이 아쉽습니다. LG가 자랑하는 AS는 탁월합니다. 필자도 제품이 고장났을 때 당일 수리 서비스를 받았고, 현장 기사님의 빠르고 친절한 대응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성능 면에서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가성비를 의문시할 수 있습니다.
결론: LG의 로봇청소기가 나아갈 방향
LG 로보킹은 분명 일정 부분에서 강점을 가진 제품입니다. 흡입력이나 엉킴 방지 브러시, 장애물 회피 성능은 괜찮은 수준이었으며, LG의 AS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러나 물걸레 세척력, 문턱 돌파 성능, 스테이션의 성능 등에서 상위권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또한,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가격이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LG 로보킹은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더 나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LG가 가전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로봇청소기에서는 한국형 가전으로서의 강점을 더 부각시킨다면, 경쟁사 제품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입니다. LG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제품을 내놓길 기대합니다.